Wish list 2026.07.09.

페니로퍼 혹은 보트슈즈. 검정색의 뿔테안경. 리넨 혹은 샴브레이재질의 여름용 긴 바지. 블랙진. 치노 쇼츠. 무릎 바로 위까지 오는 밝은 카키. 샌더스(SANDERS) 처카부츠 (Sam Hi Top Pinner Suede). Owned 옅은 회색의 면바지. 봄가을 그리고 겨울용. - 자라(Zara) 캔버스 소재의 토트백. 내츄럴한 색상에 세탁이 가능하도록 별도의 금속 부자재가 없는. - 마지언타이틀(MAZIUNTITILED)  더비슈즈. - 그라더스(grds) 하늘색의 옥스포드셔츠. - 유니클로(UNIQLO)

이솝 아로마오일과 버너. 그리고 시간적 사치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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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년 전부터 갖고 싶은 물건이 하나 있었다. 호주의 스킨케어 브랜드인 이솝(Aesop)의 황동으로 만들어진 오일 버너. 기능으로만 치면 아로마오일을 데워서 발향하는 것, 그뿐이다. 황동으로 만들어진 이솝의 오일버너는 그 단순한 기능에 20여만원을 사용해야하는, 나에게는 일종의 사치품에 가까워서 그동안 구매를 망설였다. https://kr.aesop.com/kr/home-fragrance/design-objects/brass-oil-burner/HM01.html  그런면에서 새로 옮겨온 보금자리와 불타오르는 코스피..에 비례해서는 소박하게나마 생긴 용돈의 여유는 이 사치품을 소유하기에 아주 좋은 핑계거리였다. 2천만원짜리 시계 대신에 20만원짜리 오브제로 나의 허영심이 채워진다는 사실에 나름의 안도감을 가지며 이 물건을 가져보기로 마음먹었다. 근처 백화점의 이솝에서는 판매중이지 않았기에 온라인으로 사야하나 고민하던 중, 우연찮게 발견하고 들러본 서촌의 이솝에서 판매중이었고 그 길로 바로 구매해왔다.   이솝에서는 함께 여러 향기의 아로마오일들을 판매중이었다. 그 중 하나가 아내가 애용하는 우드스틱과 비슷한 나무, 흙, 허브향같은 향을 내어서 나에게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 오일을 함께 구매했다. 향기 이름은 베아트리체이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고 우리 몸의 감각을 일깨워주는 흙내음과 시트러스 노트의 따뜻하고 생기 넘치는 블렌드” 라고 설명되고 있다. (향: 우디, 시트러스, 스모키 / 주요성분: 파촐리, 시더 아틀라스, 레몬그라스) https://kr.aesop.com/kr/home-fragrance/oil-burner-blends/beatrice-oil-burner-blend/BB21.html  아직은 별다른 기능이 없는 그림이나 장식물에는 몇천원을 쓰는 것도 아까워하는데, 아직 그만한 자산의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걸까. 반대로 조금이라도 기능이 있는 물건에는 그래도 욕심이 생기는 건,, 그 기능을 사...

Whiskey: Royal Salute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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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로얄 살루트 21년.  2026년 6월 17일. 첫 모금.  매운 콩나물국과 돈까스에 반주. 집에 있던 깊은 와인잔에 니트로 한 잔.사과, 바닐라가 떠오르는 향에 알콜향이 코를 그리고 스파이스함이 혀를 다소 찌른다.  첫 모금을 시도한 깊은 와인잔 2026년 6월 18일. 두 모금. 새로 준비한 글랜캐런 위스키잔에 따라 마신다. 충분한 스월링 후 향기를 맡아보니, 코를 깊게 넣지 않고 유리잔의 림 부근에서 맡을 때 알콜향이 자극적이지 않게 향을 맡을 수 있다. 호박과 바닐라, 포도와 같은 향에서, 입에서는 허브와 시나몬 같은 맛이 함께 멤돈다.  위스키잔으로 유명한 글랜캐런 유리잔 오늘의 안주는 말돈 소금과 바닐라향으로 로스팅 된 마카다미아. 말돈 소금은 청색 빛깔의 과일향을 떠오르게하고 입에서의 스파이시한 나무맛을 줄여주는 대신, 허브와 같은 맛을 높여준다.  바닐라 향으로 로스팅 된 마카다미아는 보다 시원한 향, 바다내음같은 향이 돌게하고 입에서의 맛도 단맛 보다는 짭조름람, 톡 쏘는 막을 더 배가시킨다. 오늘 두 안주의 페어링 중에서는 말돈 소금이 더 위스키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두 번째 시도 안주인 말돈소금과 바닐라향으로 로스팅한 마카다미아 2026년 6월 23일. 세 모금. 오늘의 안주는 달달한 수박. 초여름인데도 꽤나 달달해서 내 경험기준 10점 만점에 8점 정도의 당도를 가진 수박이다. 그 높은 당도 직후 마시는 위스키에서 오히려 달달한 여름향기가 더 진하게 올라온다. 직후엔 180도 바뀐 우디한 향이 바로 입 안을 덮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더 천천히 음미해보니, 수박 직후에 혀의 앞/중간부분에 남아있는 시간동안에는 깊은 단맛이 배가되고, 목으로 넘길 때의 혀뿌리 가까운곳에서 여름 바다근처 나무의 짭조른한 향미가 마지막을 덮는다. 입안에 오래 머물수록 그 단맛이 더 진해지지만, 그동안 코로 올라오는 알코올기운이 다소 매워진다. 내 취향에 맞도록 입 안에서 굴리는 시간을 조절하는 즐...

일정함과 안정감의 관계

 직장동료 중 한 친구는 나를 ‘재활’로 불렀다. 그 친구의 목표 중 하나가 철인 3종경기를 나가는 것 이라는 대화 이후 나는 그 친구를 ‘철인’이라고 불렀고, 나는 무슨 운동을 즐겨하냐는 질문에 재활운동이라고 답했던 그 이후부터였다.  실제로 지난 4개월간 나는 재활의학과를 다니며 재활운동을 지속했다. 일년반 전쯤, 무리한 운동을 하다 왼쪽 어깨에 회전근개염증이라는 질환을 얻고 나서 심한 통증이 반복되었고, 더 이상 주사와 진통제로 순간만을 모면하는게 좋지 않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재활기간내내 건강한 몸에서 얻는 일상의 당연함이 소중해졌고, 운동을 꾸준히해야겠다는, 특히 근력을 차근차근 쌓아나가야겠다는 의지 역시 차근차근 쌓여갔다.  비교하자면 나는 운동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몸을 부단히 움직이는걸 좋아하는데, 가장 길게 했던 운동은 요가였다. 3년정도 요가원을 다니며 수업을 받았고 몸과 마음의 안정과 유연함을 갖는데 꽤나 도움이됐다. 업무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업계일을 10년정도 지속하다보니 운동수업을 꾸준히 참석하는게 쉽지는 않은데, 내 일정에 맞추어 각 수업을 예약하는 요가원의 방식덕분에 꽤나 긴 시간 유지할 수 있었고, 그 루틴에서 오는 안정감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요가는 남성에게는 부족한 유연함을 주는 반면 근력을 쌓기에는 자극이 많은 운동은 아니었다. 꾸준하게 근력을 쌓아나갈 운동을 찾으려는데 내 의지를 꺾는 것은 일정치않은 근무시간이었다. 특정 시간을 잡아두고 루틴으로서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내 약한 의지를 탓하지 않고 내 근무환경을 탓하며 차일 피일 운동의 시작을 미뤄왔었다.  나는 루틴에서의 안정감이 꽤 중요한, 루틴을 즐기는 사람이다. 계획하지 않은 갑작스런 일들에 의연하지 못한 대신, 평상시의 루틴으로서 빨라지는 심장박동과 높아지는 혈압을 그래도 금방 차분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근무 환경상 정해둔 요일에 운동을 일정하게 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특정한 시간에 일정...

부산 초량동의 평산옥, 그리고 전포의 먼스커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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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만의 부산이다. 오년간 생활했던 부산에서의 삶이 콧속에 아직 겹겹이 있는지, 아직도 여기에서의 숨결이 평온하다. 아내는 저녁 퇴근 후 따로 내려와서, 낮에는 먼저 혼자 가보고싶었던 공간들을 방문해보았다. 시간은 오후 한시, 나른하고 따뜻한 봄날의 기온이다.    먼저 방문한곳은 [평산옥].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쪽 작게 위치한 식당이다. 메뉴는 단촐하게 수육과 국수 뿐인데, 촉촉하게 삶아져 회처럼 얇게 저며진 살코기와 지방이 여러가지 소스 그리고 반찬들과 조화롭다. 새콤한 겨자소스에 찍어먹을 때, 쌈장을 찍은 마늘 한 쪽과 함께 먹을 때, 그리고 슴슴하게 무쳐진 부추김치와 함께 먹을 때 모두 다 다른 맛처럼 느껴져서 단촐한 메뉴 하나가 아니라 오히려 코스처럼 느껴진다. 달랑 삼천원짜리 따뜻한 국수 한그릇이 슴슴함을 채워주는데, 너털웃음이 절로 날 정도로 별볼일 없는 한 그릇을 껴안고 있으니 시장에 온 것 같기도, 시골 외할머니댁에 온 것 같기도하다. 혼자서 병맥주를 콜콜콜 따라마시니 취기가 금방 올라오는데, 옆자리 할아버지들의 옛날 옛적 안기부 얘기마저도 안주거리로 함께 삼켜가며 보내는 시간이 꽤나 사치스럽다. 한병을 다 마시기엔 내 취기가 지나치게 사치로워서 한 잔치, 남겨두고 발걸음을 옮긴다.  [먼스커피바]는 내려오는 열차에서 찾아보았던 공간이다. 을지로같은 감성을 가진 부산의 전포 부근에 있는데, 제일 붐비는 한복판에선 조금 떨어져있는 작은 동네, 그 중에서도 작은 언덕에 위치해 있다. 고심해서 골라내었을듯한 싱글오리진 원두 메뉴들도 많았고, 그와 잘 어울릴만한 디저트도 종류도 여럿 있었다. 구옥 가정집이었을것으로 예상되는 건물을 개조했는데, 디귿자 바테이블을 유유히 오가는 바리스타가 방문객들을 응접했다. 음료를 정성스레 내려주고, 원두와 향미에 관한 설명들을 충분히 풀어내는 모습이 꽤나 긴 학습과 연습으로 만들어졌을 것을 생각하면 아련하기도하고. 일상의 한 순간을 값진 기억으로 남겨주려는 그 기운덕에 커피가 더 달...